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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노래.

국화꽃구린내 2009. 5. 21. 17:04

어제 밤에는 참 오랫동안 아버지랑 대화를 나누었다. 별로 불필요한 쓸데 없는 이야기가 반이나 되었지만, 그래도 세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며, 아버지의 생각도 읽을 수 있었고 나보다 더 많이 힘들어 하셨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정도 수다를 떨다가 밖으로 나와 봤다. 비가 오고 있었는데, 빗소리가 너무도 경쾌하고 좋았다. 고등학교 사춘기때 이후로 빗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었다. 한 십분정도 가만히 앉아서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벌써 커서 장가를 가야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알았다. 난 언제까지고 늙지 않는 어린왕자 인줄 알았는데, 나한테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리고 부모라는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새삼 느끼게 되었고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그래도 내리는 비는 세상을 씻고, 빗소리는 내 머리속을 씻어 주는 것 같았다.

 

새벽 세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래도 너무도 즐겁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랫만이었다. 모두 해결이 된 듯한 모두 잘 될 것 같은 느낌으로 잠자리를 청해본것이...

 

 

 

 

 

사진은 오늘 점심시간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 현관 앞에 피어있는 장미꽃이다. 비가 와서 빗방울이 꽃잎에 송글 송글 맺혀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담아보니 꽤 예뻐보인다.